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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
제목예수는 빛이다(예수 변모 주일)2023-02-19 17:58
카테고리주현절
작성자 Level 9
 

예수는 빛이다

마 17:1~8, 예수 변모 주일, 2023년 2월 19

  

예수께서 수제자로 알려진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습니다거기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예수의 모습이 변형되었습니다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다고 합니다그 자리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모세와 엘리야는 당시로부터 각각 12백 년 전과 8백 년 전 사람들이니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베드로가 나서서 엉뚱한 제안을 합니다예수와 모세와 엘리야를 위해서 초막 세 채를 만들고 싶다고 말입니다예수께서는 가타부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그 순간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고구름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이 소리를 듣고 제자들은 크게 두려워서 엎드렸습니다예수께서 그들에게 손을 대시면서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이르셨습니다제자들이 정신을 차리자 지금까지 보았던 모든 장면이 사라졌습니다예수의 모습도 원상회복되었고모세와 엘리야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빛나는 구름도 없어졌습니다.

 

예수 변모 전승

이런 현상은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요아니면 제자들이 헛것을 본 것일까요마태복음마가복음요한복음이 각각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하는 걸 보면 당시 모든 교회가 이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겼나 봅니다저는 이 이야기에서 소재로 사용된 내용을 보충해서 설명하겠습니다세 가지입니다.


1) 먼저 본문에 나오는 모세와 엘리야입니다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 실질적인 첫 지도자라 할 모세는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경험한 인물입니다오늘 성서일과(lectionary) 첫째 말씀인 출 24:12~18에는 모세가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을 받기 위해서 시내 산에 올라가서 사십 낮과 밤을 지낸다는 보도가 나옵니다시내 산 위에는 여호와의 영광이 맹렬하게 타는 불길 같았다고 합니다모세가 시내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한참 지난 출 34:29~35절에 나옵니다산에서 내려오는 모세의 얼굴에 광채가 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에게 가까이하기를 두려워했습니다모세는 자기 얼굴을 수건으로 가려야만 했습니다엘리야는 죽지 않고 승천한 인물로 전해집니다열왕기하 2장에 따르면 엘리야는 불수레와 불말을 타고 회오리바람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습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제자 엘리사는 엘리야의 몸에서 떨어진 겉옷을 주워들고 돌아와서 엘리야의 뒤를 이어 선지자 역할을 합니다모세와 엘리야 두 인물 모두 당시 사람들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영적인 카리스마가 막강한거의 전설적인 인물들입니다제자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어떤 분으로 인식했는지를 이런 이야기에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2) 예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났다는 본문의 표현은 다음과 같은 바울의 진술과 맥이 닿습니다.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고후 4:6)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은 실제의 얼굴이라기보다는 그의 인격과 운명 전체를 가리킵니다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하나님께서 계시하셨다는 사실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 나라이고하나님의 사랑이고하나님의 생명이며하나님의 창조이자 완성입니다이는 곧 예수께서는 인류를 구원할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마태복음 기자는 이와 똑같이 지금 변화 산에서 예수님의 얼굴이 해처럼 빛이 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3)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다.”라는 소리는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기 직전 세례받으실 때 일어났던 현상입니다예수께서 세례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올 때 다음과 같은 소리가 하늘에서 울렸다고 마태복음이 보도합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다.”(마 3:17) 두 문장이 헬라어로도 똑같습니다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은 하나님에게만 가능한 생명 사건이 그를 통해서 발생했다는 뜻이고하나님께서 그를 기뻐하셨다는 말은 예수께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다는 뜻입니다위에 설명한 세 가지 이야기를 배경으로 놓고 오늘 변화 산에서 일어난 예수의 변모 사건을 읽으면 입체적으로 들릴 겁니다.


변화 산 현상이 사실이냐 아니냐하고 질문하실 분들이 계신가요그런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만약 그 자리에 제자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바울이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러 다메섹으로 가는 중에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를 빛과 소리 현상으로 만났습니다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바울과 동행한 이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었습니다궁극적인 사건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신문 기자가 사진으로 찍거나 뉴스 시간에 보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볼 눈이 있어야 보고들을 귀가 있어야 듣습니다.


비유적으로 이렇게 생각해보십시오며칠만 있으면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을 겁니다입학생을 둔 어머니들은 긴장하겠지요이십 명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있는 장면을 상상해보십시오어떤 어머니가 창문으로 그 교실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다른 아이들은 흐릿하게 보이고 자기 아이만 빛처럼 또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그 순간에 그 아이는 어머니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겁니다어머니가 아니면 그런 경험은 불가능합니다신문 기자가 어머니의 이런 경험을 정상이 아니라고저 여자는 뭔가에 홀려서 잘못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작년 연말에 벌어진 10.29 이태원 참사를 당한 가정의 부모들의 심정을 누가 똑같이 경험할 수 있겠습니까시인과 음악가와 화가들도 평범한 일상에서 아주 특별하고 궁극적인 것을 느끼고 경험합니다.

 

빛 경험

변화 산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으로 경험했다는 이 이야기에서 빛은 생명 사건을 가리키는 메타포입니다빛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습니다창세기 1장에 따르면 가장 먼저 창조된 것은 빛입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 ”(창 1:3) 창조의 시작이 빛인 이유는 빛이 있어야만 세상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빛이 없으면 무엇이 존재하더라도 인식할 수 없기에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빛이 창조되기 전의 세상을 창세기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은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2) 창조 전승에서 재미있는 대목은 태양과 달과 별을 만들기 전에 빛을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빛은 단순히 태양에서 나오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더 본질적이고 시원적이라는 뜻입니다무엇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고인식할 수 있게 하는 근원이 바로 빛입니다만물의 존재 근원입니다그걸 여러분은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제자들이 예수를 빛으로 경험했다는 말은 예수를 통해서 세상과 생명을 참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예수를 통해서 창조와 그 완성과 모든 생명의 비밀을 알게 된 것입니다그래서 요한복음은 예수를 길이요진리요생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세상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경험한 겁니다그런 새로운 경험을 가리켜서 그리스도교 교리는 죄와 죽음에서 의와 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표현합니다그런 경험의 정점이 곧 부활이고영생입니다그런 경험이 있으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여기 변화 산에서 머무는 게 좋으니 초막 셋을 짓겠다는 베드로의 발상을 저는 순전히 종교적인 감수성이나 문학적 수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어떤 절대적이고 시원적인 세계를 경험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진솔한 고백입니다그는 예수를 통해서 세상을 빛으로 경험했기에 옛날 사람인 모세와 엘리야도 지금 여기서 현실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일반적인 일상 경험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 겁니다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입니다자기 실존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경험입니다생명을 이미 얻었기에또는 구원받았기에 잘나야 한다는 욕망이 없고 부끄러움도 없습니다절대적인 자유와 안식과 평화의 깊이로 들어간 겁니다자기를 초월하는 빛 경험을 바울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베드로를 비롯한 세 명 제자들의 빛 경험은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그리고 실질적으로 경험될 수 있습니다저에게 여러분은 빛입니다여러분도 서로에게 빛입니다. “만물은 빛입니다.” 우선 물리적 현상으로도 이건 명백한 사실입니다지금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것은 반사된 빛을 본다는 뜻입니다지금 보는 순간에 이미 그 대상은 없을 수도 있으나 빛은 우리에게 전달됩니다우리가 밤하늘에서 별빛을 볼 때 어떤 별은 이미 사라진 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물리적인 빛 경험보다 더 본질적인 빛 경험은 존재하는 것들의 신비에 대한 경험입니다여기 연필 한 자루가 있다고 합시다꽃 한 송이라도 좋습니다그것이 이 순간에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정말 엄청난 사건입니다지구 나이 45억 년 과정에서 한 찰나에 불과한 이 순간에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론적 사건입니다그게 빛 경험입니다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신비를 경험하는 겁니다지금 우리가 여기 반지하 예배당에서 적은 숫자의 교우들이 모여서일부는 온라인으로 예배드립니다이게 얼마나 특별한 현상인지를 아는 사람은 압니다그런 사람은 예배를 드리는 동안 부르는 찬송가가 즐겁고기도 소리가 은혜롭고함께 예배하는 교우들이 사랑스럽습니다그래서 서로 잘해주고 싶습니다진정한 의미에서 코이노니아가 일어납니다그런 경험이 빛 경험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과 세상을 빛으로 경험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세상이 강요하거나 유혹하는 삶의 방식에 너무 오래 길들었기 때문입니다길듦에서 벗어나서 빛을 경험하기에는 세상살이가 너무 고달프기도 하고너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세상이 말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는 제가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그게 다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세련되기도 하고 합리적이기도 하고 그럴듯해 보이기도 합니다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보았을 때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며 지혜롭게 할 정도로 탐스러웠다고 하지 않습니까일단 마음이 그렇게 쏠리면 에덴동산의 다른 실과는 얼마든지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기억나지 않는 법입니다기억나더라도 잔소리 정도로 들리겠지요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그런 세상의 유혹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기는 해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거의 불가능합니다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몸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그만큼 삶과 세상을 빛으로 경험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세상에 길들지 않았다고 해도그래서 우리 영혼이 생명의 빛을 경험했어도 우리가 여전히 두 발을 땅에 딛고 사는 한 늘 빛만 보고또는 빛에 휩싸여서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오늘 본문에서도 예수 일행은 산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그 산 아래가 우리의 일상입니다그곳에는 간질로 고생하는 아이와 그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아이를 고치기 위해서 예수를 찾아왔으나 예수는 산에 올라갔고 산 아래에 남은 제자들은 아무런 도움이 못 되었습니다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간질에 걸린 아이가 고통당하는 세상이고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제자들과 사람들이 모여서 말만 많이 하는 세상입니다이런 현실을 나 몰라라 하고변화 산 위에 초막을 짓고 영적으로 우아하게만 지낼 수는 없습니다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간질 걸린 세상에서 각자의 몫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일은 삶과 세상을 빛으로완전히 새롭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빛이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우리 모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미 빛을 찾아서 나아가는 중입니다그렇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예를 들어사랑하는 사람을 찾으시나요일종의 빛을 찾는 겁니다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세상이 무지갯빛으로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학문에서 빛을 찾는 사람도 있고예술이나 문학에서 빛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거기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게 일종의 빛입니다좋은 겁니다모든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면 합니다.


문제는 빛이라고 생각해서 찾았는데그게 가짜 빛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예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을 때 악마가 와서 자기에게 절하면 세상의 모든 영광을 주겠다고 약속한 일이 있습니다그런 영광으로 사람들을 잘살게 해주고 자기는 정치적으로 거물이 될 수 있다면마다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초기 그리스도교 당시에 로마 황제 제도가 그걸 대표합니다황제는 태양의 아들입니다스스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고 생각했습니다어떤 황제는 식민지 곳곳에 황제상을 만들어놓고 사람들로 거기에 절하게 했습니다자신을 빛이라고 여긴 겁니다민중들은 거기에 혹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도 자신을 빛이라고 선전하는 사람과 체제와 사상은 많습니다현대인들이 지금 어디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 제자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전혀 다른 빛을 찾았습니다로마 황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빛이었습니다예수께서는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로 경험했습니다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자기의 운명 전체로 증명하셨습니다그는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고하나님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였습니다그의 얼굴에서 제자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하나님의 생명을 보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고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한 유대인 젊은이의 모습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으로창조의 근원(아르케)으로 보였습니다빛으로 변모된 예수입니다그래서 제자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오면그를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였습니다바울이 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사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고전 15:20)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의 빛이십니다그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과 세상을 빛으로 경험한 사람들입니다그런 경험은 사실 무척 두려운 일입니다생명과 존재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예수께서 먼저 그 길을 가셨습니다우리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그의 제자로 살기만 하면 됩니다인생살이는 주님께 맡기고 빛이신 예수와 하나 되는 길을 우리 함께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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